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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과 보통 사람들
평소 내게 투자 아이디어를 주시는 모 투자신탁운용회사의 임원이 점심을 먹다가 대학생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워런 버핏이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다룬 책이 그렇게 많은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해도 큰돈을 못 벌죠?” 아들의 질문에 그 분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것은 워런 버핏은 워런 버핏의 눈으로 주식을 고르는데 우리는 그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주식을 고르기 때문이지.”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레시피를 보고도 모두가 일류 요리사처럼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료가 똑같아도 감(感)이 다르면 맛이 전혀 달라지는 법이다.
우리는 성공 투자의 신화를 담은 책들을 너무 많이 접한 나머지 그것이 아주 일반적이고 흔한 성공 사례라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현대적 투자이론의 개척자인 필립 피셔(Phillip A. Fisher), 투자철학을 일깨워주는 존경받는 투자자인 존 템플턴 경(John Templeton), 살아 있는 투자 전설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그의 파트너 찰스 멍거(Charles Menger), 금융재벌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 상품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Jim Rogers), 마젤란 펀드의 신화 피터 린치(Peter Lynch), 실전 투자의 정석 윌리엄 오닐(William J. O'Neil), 탁월한 가치투자자 존 네프(John Neff), 글로벌 경제 흐름을 통한 투자전략가 마크 퍼버(Marc Faber) 등 수많은 거장들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접한다.
이들은 대다수의 보통 투자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대단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며 혹시 대단한 행운까지 뒤따라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그들은 분명 보통 사람들은 아니다. 세상에는 그들의 성공 투자에 가린 채 조용히 사라져간 보통의 투자자들과 평범한 펀드매니저, 기(氣)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조용히 문 닫은 헤지펀드(hedge fund) 운용회사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공사례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엄청난 실패사례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투자의 거장들과 성공한 거물들이 본질적으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DNA를 갖고 태어났으니 섣불리 그들을 흉내 내지도, 동질화하려 들지도 말고 그들의 투자 지혜를 본받을 필요도 없으며 그럭저럭 대충 포기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 우리가 비록 최고의 요리사는 아닐지라도 수준 높은 전문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그 요리에 관한 전문가의 조언을 겸허히 들어야만 한다.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멋대로 전문요리에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디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내가 강조하려는 바는 투자 거장들의 사례를 세상의 보편적인 사례로 착각하지 말고 난공불락 주식시장의 속성을 다만 직시하자는 것이다. 시장을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수년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 보통의 정성과 노력으로는 시장에서 우뚝 서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는 결코 훈훈하지도 포근하지도 않다. 또한 성공 투자를 다룬 책과 지혜서를 섭렵하고 그것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해서 우리의 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는 우리다. 알다시피 지식과 지혜는 다른 영역이고 특히 주식시장에서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 또한 오직 피 흘려 터득한 경험과 지혜로 자신의 투자원칙을 세우고 이를 따르는 것만이 투자의 왕도라고 생각한다. 남이 경험한 것이 그대로 우리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실제 투자세계에서 남에게서 빌려 입은 옷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투자의 현인(賢人)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주식의 여러 방면에서 그들이 압출한 지혜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우리의 투자세계에 직접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비록 우리가 내일 어느 종목을 사고팔아야 하는지를 직접 가르쳐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뇌신경을 자극하고 투자감각을 다듬고, 내공을 쌓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러 지혜서와 남들의 경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투자철학과 투자원칙을 다듬고 자신만의 투자 지혜를 발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고 내 것으로 변화시키는 체화(體化) 과정이다. 일종의 ‘지혜의 발효와 숙성 과정’이다. 수많은 투자관련 서적에서 일러주는 ‘덕담’들을 자신의 투자 지혜로 소화하고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은 스스로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투자는 생각 플러스 행동이다. 투자 지혜를 배우는 긴 여정에서 시시때때로 수업료를 절약할 수 있는 참고서가 옆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행운일 것이다.
주식 보관료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말하겠다. 며칠 전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대한민국 주식공장에서 20년간 한솥밥을 먹어온 친구의 투자 지혜다. 그 친구와 최근 시장에 대해 횡설수설하다가 평범하지만 여러분에게 꼭 소개하고픈 이야기가 하나 있어 적는다. 아니 그 친구의 말이 결국 이 책의 결론이자 지루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요점 정리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제시한 성공 투자의 비법은 바로 ‘주식 보관료를 받자’이다. 남들이 허겁지겁 싸게 내놓은 주식을 예금이나 적금을 팔아 대신 일정 기간 잘 보관해두면 그 대가로 얻는 게 투자수익이라는 것이다. 그럼 언제까지 보관해야 할까? 사람들이 그 주식을 제발 좀 달라고 아우성칠 때까지다. 신문에 뜬 ‘주가 신고가 경신’이나 ‘코스피 몇 년 만에 최고치 돌파’와 같은 기사가 바로 그 아우성 소리다.
이때 욕심은 절대 금물이다. 까치밥을 몇 개 남겨 놓고 단감을 따듯 꼭지에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과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는 그간 주식을 보관한 대가로 ‘주식 보관료’를 두둑이 받고 시장을 유유히 떠난다.
그의 주식투자 비법을 다시 정리해보자. 주식투자는 근본적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라 ‘보관하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빚을 내서 보관하든, 여유 돈으로 보관하든 말이다. 더 싼 가격에 주식을 맡아서 보관해야(싸게 사야) 결국 팔 때에 유리하지 않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공포감에 질려 비이성적으로 물건을 내놓을 때(투매 국면)만큼 주식을 보관하기에 유리한 때는 없다. 또 반대로 주식이란 물건을 가장 비싸게 남들에게 되돌려줄 때(파는 시점)는 언제일까? 모든 사람들이 기쁨에 넘쳐 비이성적으로 주식을 사려고 달려들 때(과열 국면)가 주식 보관료를 가장 높게 받아낼 수 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시세는 사실 알아맞힐 수도 없고,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시장 자체의 영역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주식은 매 시간 관찰해야 하는 위험한 시한폭탄 같은 물건이며 또한 민첩하게 사고파는 것이 투자의 본질적 행위라고 잘못 이해한다. 친구 왈, 어떤 종목을 얼마의 기간 동안 보관하느냐에 따라 투자수익이 달라지는데 그것을 잘 조절하는 감(感)이 투자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행태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그렇게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행태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심리적인 존재라는 전제하에 심리적 편향이 미래 예측을 빗나가게 한다고 말한다.
어느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미래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5가지 심리적 함정으로 고정관념과 자기과신, 기억력의 함정(과거 사례에 대한 잘못된 기억과 과거 사례에 얽매임), 신중함의 함정(보수적 예측, 양 떼 효과), 증거 확인의 함정(자신의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만 채택하는 심리적 편향)을 들었다(LG경제연구원, LG비즈니스 인사이트, 2007. 9. 12 나준호 책임연구원).
우리의 유전인자에는 집단생활을 벗어나기 싫어하고 남들과 엇비슷한 행동을 선호하고 합리적인 위험보다 비합리적인 위험을 선택하려 들며, 환경 변화를 거역하려 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두려워하는 본성이 입력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마음속에 시기와 질투심이 꿈틀대고 있으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탐욕스럽고 사물에 낙관적이다가 때로는 한없이 세상을 염려하는 불완전한 본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는 어쩌면 이러한 인간의 주름진 본성을 극복해서 모두가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 모두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냉정함에 있는지 모른다. 만일 보편적이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탈이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라면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늘 남들이 가지 않는‘좁은 길’을 선택하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한다.
거장들의 투자 조언
(아래 출처에서 밝힌 거장들의 지혜 중 가급적 공통적인 것을 모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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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식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하라. 무조건 싼 주식이 아니라 좋은, 훌륭한 기업에 집중하라(이해할 수 있는 기업, 장기전망이 좋은 기업, 경영진이 정직하고 유능한 기업에 투자하라). 2.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에 과도하게 분산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3. 복잡한 투자원칙보다는 단순하고 자기 나름대로 지킬 수 있는 독자적인 투자원칙과 전략을 찾아 실행하라. 4. 남들이 두려워할 때 주식을 사고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주식을 팔아라. 군중을 따라가지 마라. 패닉에 빠지지 마라. 비관적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 주식을 사라. 5.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나 단기실적 등을 이유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너무 적은 호가 차이에 연연해하지 마라. 6. 실수는 투자에 내재된 비용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작은 손실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마라. 그리고 실수로부터 배워라. 7. 열정과 끈기, 냉정을 유지하라. 자만을 버리고 겸손하라.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빨리 돈을 벌려고 하지 마라. 8. 시장의 흐름이나 경제 전망이 아닌 개별종목의 가치에 주목하라. 9. 주변의 루머에 솔깃해서 주식을 매매하지 마라. 단지 분석하고자 하는 기업과 관련된 사람, 주체, 관련 전문가를 상대로 사실적 정보를 수집하라. 10. 시장을 두려워하지 마라. 시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라. |
존 템플턴 저, 《벤자민 그래함의 현명한 투자자》, 밸류리서치
《템플턴 플랜》, 굿모닝북스
James Pardoe저, 《주식투자 워렌 버핏처럼 하라》, McGraw‐Hill Korea
전영수 저,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원앤원북스
윌리엄 오닐 저,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 굿모닝북스
태초에 나는 개그이야기를 만들었다.
내말을 믿고 나를 따르면 천당,
내말을 믿지않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지옥,
나는 하늘나라(우주)에 사느니라.
그럼 난 외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