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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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8 20:44
학생운동은 쇠퇴하고 있습니까?

 “학생운동은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 7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고, 80년대에 비판적 학술연구를 했으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시민단체를 만들고, 지금도 ‘비판적 지식인’으로써 현실참여의 끈을 놓지 않는 어느 교수가 물었다. 분명, 질문한 교수는 ‘학생운동’에 대해 애정이 있을 것이며, 지금의 대학사회 속에서 학생운동의 위치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들 것이다. 이제, 그 질문에 대해 답해보려고 한다. 2000년대 후반 대학교를 들어갔으며, 2MB시대의 대학생, 바로 나 자신에게 ‘학생운동’이 어떻게 보여 지는지 말이다. 일단, 2MB시대 대학교의 풍경을 살펴보자.

풍경 하나. 사회적 담론이 사라진 대학교

 과거, 대학교에는 그 캠퍼스를 관통하는 ‘사회적 담론’이 있었다. 바로, ‘민주화’이다. 군부독재의 억압에 대해서 끊임없이 저항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를 좀 더 ‘민주적’으로 바꿀 수 있을 지에 대한 것이 대학교의 주요한 사회적 담론이었다. 물론, 모든 대학생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사회 속에서 ‘민주화’ 담론은 대학생의 이야기 중에 ‘빠트릴 수 없는 필수요소’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2008년 대학교는 어떠한가? ‘사회적 담론’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가? 내가 보기에는 없다. 적어도 담론이라고 말할 정도의 이야기는 더 이상 대학교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대학생들은 이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바로, ‘개인’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대학생들이 생각했더라면, 이제는 개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대학생들은 생각한다. 2MB시대에 대학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더 이상 ‘사회변혁’과 관련된 책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라는 점은 이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풍경 둘. 파편화된 개인, 사회의 맥락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대학생.

 사회가, 세상이, 한국이 변했기에 당연히 학생들도 이제 ‘사회’에서 ‘개인’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뿐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은 사회와 동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이루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지금의 대학생은 철저하게 ‘파편화 된 개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삶이 ‘구체적인 사회적 맥락’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와 등록금’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담론’이 ‘자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 상상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맥락과의 관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똑똑한 개인’으로 변한 대학생들은 ‘다양한 사회적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기존의 ‘정치적 민주화’ 뿐만 아니라, 환경, 인권, 여성, 퀴어, 소비자 등 다양한 ‘사회적 담론’이 충분히 ‘시민사회’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대학사회에서는 다양한 ‘주요 담론’으로써 발효되지 못하고 ‘자기계발’이라는 이야기 속에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담론의 등장. 다시,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상상하다.

 위의 2가지 풍경 속에서 ‘사회적 집단행위’인 학생운동은 쇠퇴정도가 아니라, ‘투명인간화’되었었다. 그런 현실에서 학생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은 대학생들의 베스트셀러 도서가 되어갔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의 ‘틈새’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나왔고, 그 책에서 등장한 ‘88만원 세대’의 담론은 20대와 대학생들에게 조금씩 파고들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사회에 불만․불평 그만하고 열심히 자기계발이나 해라!”라는 주장을 자학적으로 믿었던 대학생들이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상상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어디까지나 2MB시대의 흐름의 ‘작은 틈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이고, 그 틈새를 조금씩 넓혀보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에 “학생운동은 쇠퇴하는가?”에 대한 ‘미래 대답’이 담겨있다. 파편화된 개인으로 나눠진 대학생들이 ‘사회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행동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인가? 그에 따라서, 한국의 학생운동의 미래는 결정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학생운동은 쇠퇴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대학생은 무엇을 상상하는가?”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P.S
본 글은 '조희연'교수의 '사회과학입문'수업 과제로 제출함을 알려드립니다.(-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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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루인 | 2008/04/19 12: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신자유주의가 '사회적 담론'의 역할을 하는 요즘, 개인의 변화(자기계발/개발)가 '사회적 담론'의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선 운동의 방식도 변할 필요가 있는데, 저의 상상력은 과거의 방식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반성할 때가 많아요.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19 18:50 | PERMALINK | EDIT/DEL
운동이라는 게, 사회적 참여라는 게 한순간에 짠! 하고 바뀌는 게 아닐거에요. 그래서 조금씩 '새로운 상상'으로 '조그만 변화'가 늘어나는 거겠죠. :)
핀투리키오 | 2008/04/22 01: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이글루스 통해 왔습니다. 링크 신고하려다가 보니까 티스토리라 흠칫; 88만원 세대는 확실히 20대로 하여금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적인 맥락에서 고민할 수 있는 사고 공간을 마련해줬지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22 09:57 | PERMALINK | EDIT/DEL
반가워요-, 아마 이녁 님 블로그에서 오셨나 보군요.ㅋ 그래서, 많이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넘쳤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책'을 통한 '이야기'가 참으로 듣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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